딸깜마미의 공간

이런 일 저런 일

친구에게

이지222 2018. 10. 5. 09:29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귀밑1cm 단발머리 시절부터의 오랜 친구
교문에서 자를 들고 머리를 단속했던 시절이였네요 
치마길이는 무릎밑 10센티 이상이여야 했고요.
뭐든 함께 했던 친구였어요.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한다는게 실감나지 않습니다만
화장실도, 분식집도, 하교길도 (방향이 다른데도 함께 걷다가 중간에 버스를 타곤 했습니다 )반이 갈라졌어도 그렇게 삼년
고등학교도 같이 또 삼년
유일한 일탈ㅡ방학 중 자율학습시간에  드들강에 놀러갔었던 ㅡ일이 생각납니다
교복도 입은채로 ㅎㅎ
물속에 발 담그고 얼마나 재밌던지요 
그 여고생들이 대학 가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편지를 주고 받았던 시간들도 있었고요
졸업하고 직장생활,결혼하고 하나 둘 소식이 뜸해졌었네요
연락을 끊은게 그녀의 남편 의처증 때문이였으니 얼마나 고난한 생활이였을지 짐작도 못할 일입니다
제 결혼식에 왔다 가던날도 ㅠㅠ
아이들만 데리고 빈손으로 나와 복직하고 이제 좀 살만했다 했답니다
그런데 중년에 다시 만난 그녀는 항암치료 중이였습니다
마치 어제 만났던 듯 .
휑한 머리를 내놓아도 편한 그런 친구, 손 잡고 밤새 살아온 시간들 쏟아내면서 
이제 편하게 살 수 있겠다 했더니 이리 병 걸렸노라고
이제 금방 나을거야~~환하게 웃던  그녀
완치판정 받은지 겨우 1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된 재발소견 그리고 두달
너무나 급하게 갔습니다.
연락이 되질 않아 답답해하던 차에 딸이 전화를 했네요
이모~~하고 부르는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순간 짐작이 되더군요 
다시 만났는데 그녀는 영정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어릴적 귀하게 자랐던( 오래 기다려 얻은 딸이였거든요) 그녀가 맞고 살았더랍니다
엄마 아버지 지금 치매를 앓고 계셔서 큰딸이 먼저 간 것도 모르십니다
지금 곁에는 아들 딸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던 동생들이 지키고 있네요
지금 이리 애틋해도 잊고 살아가겠지요
살면서 자꾸  자꾸 생각날테고 가기전에 한번 만나러 갈걸 후회도 될거예요

잘가 잘가 몇번을 해도 가슴 저미는 슬픔은 없어지질 않네요
죽음이란 이름은  절대 면역이 없는 말인 듯
계속 되새김 하면서 그 마음을 달래봅니다

이런 이런
친구의 죽음 앞에서 내 슬픔만 생각하고 있네요
그럼에도 십년 투병을 끝내고 돌아갔으니 친구는 더 아프지 않을거예요,아마도요
그동안 힘든 삶을 살았던 그녀가 평안해졌기를 빌고 또 빌어봅니다


이젠 운동 갑니다
나라도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말이지요
참 무정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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