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은 베란다 청소하기가 좋다.
창틀에 끼인 시커먼 떼~~
거기에 날아들어온 꽃가루들이 바닥을 노랗게 만들어서
발바닥이 먼지를 쓸고 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물청소를 말끔히~
거기에 작은 화단에 누런 잎들 떼주고
목욕시켜줬다.
너무 무성해서 마치 광녀처럼 헝클어졌던 트리안
저저번 주에 분갈이를 해 줬었다.
엉성하더니 이젠 다시 풍성해지는 중이라 이쁘다.
얘는 병아리 눈물이라고 알고 왔는데 정확한 이름은 따로 있나보더라~
난 모르겠고.
돌에 붙여줬었는데 한쪽 귀퉁이에서 저리 잘 자라고 있었다.
항아리 뚜껑 위에 자리 잡고 ~~~서
개발선인장.
언젠가 아이들 학교에서 다 죽어가는 넘 가지고 왔는데
한 사오년쯤 된 거 같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얘도 꺽어심기를 여러군데 해 놔서 아직은 싱싱하지가 않지만
그래도 죽어라~~~고 꽃을 피운다,,
곳곳에 이쁜 꽃을 피워대고 있는 중이다.
알로카시아.
키큰 넘을 하나 들였다
거금 오만오천원+화분 2만원
(화분이 썩 맘에 들진 않다마는 맘에 드는 넘은 너무 비싸더라)
천정이 높으니 맘껏 자라도 좋아~~~
잎사귀 두개짜리 사왔는데 일주일 만에 저리 싱싱하게 큰 잎사귀를 내 놓더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추운 것을 싫어한다니 아마도 저 자리가 고정석이 될 거야
이년 전 부모님 산소 가는 길에 가져왔던 마삭줄
다 죽어가더니만 이렇게 싱싱하게 줄을 타고 올라가는 중이다.
아래 화분에도 또 있다.
갸는 목질화?되는 중 넝쿨을 안 만들고 키워볼라고 하는데
잘 될라나? 모르겠고.
비오는 날엔 좋은 사람과 커피를 마시던 김치전을 지글 지글 부쳐먹음서
수다를 떨고 싶은뎅~~
그래서 쬐끔 있다가 외출을 할거다.
오랫만에 만나는 도자기 언니~ㅎ
오늘 분위기 보고 좋으면???
그 담은 나도 몰르겠슴...
아주 오래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
도자기 하면서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 만들어진 것을 사고 말지.
죽자고 고생을 해도 나오는 건 얼마 되지도 않아.
그나마 나온 것은 주변에서들 욕심을 내서 하나 둘씩 나누다 보니
막상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
이번에 다시 시작한다면 (그러고 싶기도 하다)
화분,벽걸이 장식품,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릇? 시간이 되면 만들고.
실용적인 것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 있어.
남들에게 봉사하는 것도 그렇고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포함해서) 하는 일도 그렇고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도 그렇고.
취미생활도 그런 것 같아.
지금까지 해 봤던 여러가지 일 중에 가장 즐거웠던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없어
왜?
하던 그 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그 기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어.
그래서 자꾸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솔직히 겁이 나.
어릴 적 나는 하고 싶으면 시작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일을 하게 되면 힘이 들지 않을까?
물론 내몸이 힘든 것도 포함되지만
내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집 밖으로 나감으로 해서 집안 일이 소홀해지고
아이들에게도 신경이 덜 쓰일까봐
그렇다고 지금 아이들에게 올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갔다가 돌아와서 피곤한 모습으로 늘어져 있으면 아이들이라고 좋아하겠어?
울 남편이야 워낙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니 이해를 해주겠지만
에효..
아직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닌데 머릿속이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베란다를 청소하면서도
사진을 찍으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머릿 속엔 악마 두세놈이 날뛰는 거 같다.
"괜찮아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해"
"니가 나가면 얼마나 엉망이 되겠냐~~~"
너 없어도 괜찮아 아이들 다 컸는데 무신 말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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