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어 달 남은 시간을 가구 리폼 기간으로 정했다.
지금 생각엔 한달 정도 걸릴 듯~~
손 때 묻은 가구들 다 끌고 가고 싶지만...
너무 낡은 것들은 정리를 할 생각..
그 중 가장 먼저 잡은 것이 삼층장
한지공예에 빠져 한 이 삼년간 부지런히 만들어댔었는데.
이제 남은 것은 삼층장 세짝과 작은 서랍장 셋- 그중 하나는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번에 수명을 다 할 거 같다.
어제 밤 갑자기 문짝을 뜯어 바꿔 달고 보니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 결국
오늘 다 뜯어서 닦고 사포질을 해 놓았다.
저 녀석들을 페인트 칠을 해서 쉽게 가느냐
다시 한지를 바르고 풀칠을 하고 니스칠을 해 주느냐
실크로 바르고 마감만 한지로 해 주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매번 그렇지만 내가 하는 일은 진행하다가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일이 있으므로
이 아이들도 어찌 끝이 날지 나도 모를 일이다.
한지 공예를 하면서 힘들었던지 다 잊었던 거를
조금전 사포질 하다 보니 다시 생각났다.
맨 처음 만든 한지장은 내가 손수 베니아판 사다가
자르고 못질하고 밑지 바르고 윗지바르고 서랍 만들고
문양 파서 붙이고
풀칠 대여섯번 먹이고
니스 바르고 거의 한달이 넘게 만들었던 거라 낡을대로 낡았어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이런 사물에도 애착이 가는데 ....
사람을 버리는 일은,혹은 내가 갖고 있는 기억들을 버리는 것은 얼마나 힘들것인가
그 기억이나 사람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닐지라도...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본 S다이어리라는 영화
세번의 사랑을 겪고 난 후 그 사람들에게
나를 사랑했느냐고 묻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핑계를 댈 뿐
정말 사랑했노라는 말을 해 주지 않고
그들에게 복수라도 하듯 사랑했던 일에 대해 돈으로 환산해서 청구를 하는 김선아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반전
그들에게 받았던 돈과 함께 그들에 대해 갖고 있던 추억도 반환하는~~~
좋던 나쁘던 기억은 공유하는 거라고 했던가?
잠시 옆길로 샜네~~ㅋㅋ
울 언니는 다 버리고 가라~~~하지만.
성격이 일단은 버리지 않고 두고 두고 쳐다보는 스타일이라.
그동안 이사 가면서 가구 몽땅 바꾸는 사람들 보면서 저건 낭비고 사치다~~라는 욕을 수도 없이 해댔던 터라 나는 그럴 수 없어! 라고 ~
그리고는 그 버려진 가구들을 얼마나 불쌍해 했던지
내가 가져와서 리폼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런 내가 다 버릴 순 없어..
해서 그 중 내가 정말 버릴 수 없는 것들 세가지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볼려고 한다.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힘들 지는 모르지만(무지하게 힘들거라고 내 속에선 아우성을 친다.)
하기 싫어질 때 내가 꼭 해내리라는 각오를 가지고 쓴 이 글을 보면서
정말 다시한번 해 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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