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코로나로 인해 방콕하기..
정말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일 외엔 나가질 않았다
연휴기간 내내 집에서 밥해먹고 뒹굴거리기 모드로...
그러다 어제 냉장고를 보니 기본 먹거리가 똑 떨어짐.....
폭염으로 인해 노약자는 물 많이 마시고 집에만 있으라는데
아침 일찍 서두르면 볼 일 보는데 한시간쯤이면 되겠지 싶어 카트까지 챙겨들고 나섰다
자수 모임도 자제하라는 안내와 함께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하고 어쩌고 저쩌고...
맨날 까톡거리니 나갈 수도 없고..
지난 주 내내 패턴 뜨고 재단하고 이삼일을 땀 뻘뻘 흘림서 바느질 삼매경....
그도 힘들었는지 또 이삼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가기...
그러다가 이제 겨우 원피스 두장 완성
완성하고 보니 단추구멍 만들일이 까마득하다.
스무개가 넘는 단추구멍 만드느니 부속집엘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가게 (오래전엔 꽤나 비싼 땅값을 자랑하던 곳이다)
아무리 지원을 하고 해도 구시가지는 낡을 대로 낡았다
주변의 가게들은 텅 비어있고 더불어 요즘 사람들이 있을리 없고 해서 문을 열었을까?
입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다 보니 안내문이 붙어있는게 보여 어? 가게를 옮겼을까? 했더니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옆 가게가 비어있어 물건을 옮겨놓았더니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길래 안내문을 붙였다고 한다
건물 주이시다.
이십오년 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던 곳이다
유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엔 단추가 그득 담긴 장이
오른쪽엔 홈패션용 천이니 안감이 천정 바로 밑까지 쌓여있었고
맨 안쪽은 유행지났을 정장 천이 쌓여있었고 맞은편 가장 안쪽엔 조명을 받고 색색의 실이 가득 진열된 공간
그 앞엔 작업용 특수미싱이 서너대 놓여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면 좁은 통로를 지나야 쥔장을 만날 수 있었다
여름엔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 두어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먼지가 많을 거 같아" 걱정되곤 했었다
겨울엔 연탄난로가 놓여 있어 주전자에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믹스커피 한잔정도는 타 마실 수 있었다
참 가게 한쪽, 나무문이 있었는데 처음엔 그곳이 화장실 인 줄 알았었다
창고로 쓰는 다락이였다
그곳은 보물창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뭐든 찾으면 나오는 그런 화초장 같은 곳인 듯 했다 ㅎㅎ
그 곳을 살짝 들여다는 봤어도 올라가 본 적은 없다
젊어서는 양복점을 운영하셔서 돈 많이 벌었다고 했었는데 기성복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부속품 가게로
전환해서 단추구멍도 뚫어주시고 인터록도 해 주시는 기술로 이곳에선 나름 독보적인 존재
바느질 하던 초기 서투른 옷을 들고 가면 이건 이렇게 바느질 하는게 편해~~ 혹은 다시 해갖고 와요~~ 등등
기분 나쁘지 않게 가르쳐도 주셨었다 .무뚝뚝한 두분이...
그부인은 참 미인이였다, 젊었을 땐 한미모 했을 거 같더라..
사장님도 못난 인물은 아니였고,,,
두분은 그때 오십대 초 중반 정도 되었을 것이다.
모처럼 들어가니 오랫만이네? 하고 반겨주신다
어?
(예전처럼 동굴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가게에 쌓여있던 안감이며 천들이 치워져 있었다
처음 봤을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일단 천이 치워져 있으니 가게가 환하고 넓어진 듯 했다
언젠가부터 연탄난로대신 기름난로가 있었고
천정의 선풍기는 그대로,
자주 켜지는 않았지만 구석진 쪽에 에어컨도 생겼었고. 오늘도 꺼져있더라 ㅎㅎ
예전엔 잘 웃지도 않으시던 사장님 농도 하시고 (아마도 여성호르몬이 많아 지셨나? 싶을 정도로)
두분이서 서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고 딴 소리하기 ㅎㅎㅎ
예전과 달라지신 두분이시다.
재단가위도 하나 주세요~~
했더니 가위 떨어뜨리면 금방 못써~~떨어뜨리지 마~~하신다
이곳에서 세번째 가위를 구입하는 걸 기억하신 듯하다 ㅎ
두번째 구입할 때 내가 맨날 떨어뜨려서 가위가 잘 안들어요~~했었는데 .
칠십을 넘기셨을텐데도 여전히 그자리에 계셔주니 참 좋더라
나오면서 인사를 했다
항상 여기 오면 계셔셔 참 고마워요~~~라고.
잊지 않고 와주니 우리가 고맙지~~ 부인이 그러신다
그곳에 가니 젊은 내가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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